아동심리학

교육심리학 - 모델링

gomgom-1 2025. 7. 10. 22:57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남을 따라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기가 혀를 내미는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손을 흔드는 모습을 흉내 내는 장면은 너무나 익숙하다. 이런 행동은 단순한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뇌과학적으로 매우 정교한 과정이 작동한 결과다. 이 현상의 핵심에는 '거울 뉴런'이라는 특별한 뇌세포가 있다. 이 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할 때와 자신이 그 행동을 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특성을 지닌다. 덕분에 인간은 주변 환경에서 다양한 행동을 보고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 말하자면, 관찰을 통해 행동을 배우는 능력이 우리 뇌에 기본 설정으로 내장되어 있는 셈이다.

 

 

모델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모델을 통해 새로운 행동을 익힌다.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실제 인물, 즉 '라이브 모델'이다. 부모, 선생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학습하는 경우다. 다음은 '상징적 모델'이다. 책, 영화, TV, 게임 등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요즘 아이들이 유튜버나 게임 속 캐릭터를 따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은 '언어적 모델'이다. 특정 행동을 직접 보지 않더라도, 설명이나 지시만으로도 어떤 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팔을 이렇게 들어서 원을 그려보세요” 같은 설명이 해당된다.

모방을 통해 배우는 행동들에 한게는 없다. 관찰을 통한 학습은 단순히 동작을 흉내 내는 수준을 넘는다. 머리를 빗는 간단한 동작에서부터 복잡한 체조 동작, 춤 동작까지 다양한 신체 활동이 모델링을 통해 습득될 수 있다. 그러나 학습은 신체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서적 반응, 사회적 행동, 인지 전략 등 심리적 요소까지도 관찰을 통해 학습된다. 누군가가 공포를 느끼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면, 그 자극에 대해 나도 두려움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친구가 낯선 사람의 접근을 거절하는 모습을 보며 위험에 대한 대처 전략을 배울 수도 있다. 그래서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학교에서의 모델링

학생들은 수학 문제 푸는 방식, 글쓰기 구조, 실험 절차 등을 선생님이나 또래의 시범을 통해 배운다. 특히 '인지적 모델링'이라는 전략은 단순한 행동 시연을 넘어서 '생각하는 방법'까지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나눗셈 문제를 풀면서, “왼쪽부터 4보다 큰 수를 찾고, 그 다음은 어떤 수를 곱해야 27에 가장 근접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해”라는 식의 자기 사고 과정을 소리 내어 설명함으로써, 학생들은 단지 방법뿐 아니라 사고의 흐름도 익힌다. 뿐만 아니라, 모범이 되는 인물의 실패와 극복 과정을 함께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유명 과학자가 문제를 반복해서 시도하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 공격적인 행동도 관찰을 통해 학습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의 폭력적인 행동, 직접적인 분노 표출을 통해 폭력적 행동을 내면화할 수 있다. 반대로, 비폭력적인 모델을 보면 공격성이 억제되기도 한다. 반두라의 실험에서는 공격적인 사람을 본 아이들이 인형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한 반면, 비폭력적인 사람을 본 아이들은 오히려 통제 그룹보다 더 평온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모델의 성향은 아이들의 행동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사실 반에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어떤 친구들과 함께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들과 긍정적 인간관계을 쌓으면서 친사회적 행동의 빈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들은 토론 수업을 통해서도 모델링 효과를 경험한다. 다른 친구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말하는 방법이나 표현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넌 어떻게 생각해?”, “난 ~라고 생각해, 왜냐하면…”과 같은 말투를 자연스럽게 흉내 내게 된다. 또한,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학생들도 비슷한 또래의 사회적 기술을 담은 영상을 보고, 놀이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이타적 행동 역시 모델링으로 학습된다. 한 실험에서는 아이들이 게임 후 받은 보상을 자신만 챙긴 어른을 본 집단보다, 일부를 기부한 어른을 본 집단이 더 높은 기부율을 보였다. 중요한 점은 그 효과가 단발성이 아니라 몇 주 뒤에도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모델링이 순간적인 모방을 넘어서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력한 모델의 조건

그렇다면 모든 모델이 학습에 영향을 주는가? 그렇지 않다. 학습자가 모방하려는 대상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첫째, 해당 행동에 있어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둘째, 사회적으로 '권위'와 '인기'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친구의 행동을 더 잘 따라 한다. 셋째, 자신과 '비슷한 사람'일수록 영향력이 크다. 같은 인종, 성별, 연령대, 사회적 배경을 가진 모델은 나와의 관련성을 높이고 행동 모방 가능성을 높인다. 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모델이 있더라도 다음 네 가지 요소가 충족되지 않으면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

  1. 주의집중: 학습자는 모델의 행동을 정확히 관찰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교사의 시범을 흘려보면 학습 효과는 떨어진다.
  2. 기억 저장: 본 행동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적 표현을 동시에 사용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행동에 별명을 붙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수영 동작을 "치킨-비행기-군인"이라 부르면 아이들이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다.
  3. 운동 재생: 기억된 행동을 실제로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 신체 능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모방이 불가능하다. 또한 즉시 따라 해보는 '코칭' 방식은 행동 습득에 매우 효과적이다.
  4. 동기 유발: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행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다.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하고 보상을 받는 모습을 본 아이는 그 행동을 따라 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이를 '대리강화'라고 한다. 반대로, 그 행동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느끼면 아무리 좋은 모델이라도 따라 하지 않는다.

 

 

관찰과 모방은 단순한 흉내 내기가 아니다. 이는 인간의 뇌가 설계한 정교한 학습 방식이며,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다. 교실에서, 가정에서, 미디어에서 만나는 모든 모델은 우리 아이들의 사고와 행동, 심지어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교육자는 그 점을 인지하고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모델이 되어야 한다. 학생이 우리를 바라볼 때,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바라기 속에서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
이런 멋진 모델이 아니어도 누구나 모델링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