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심리학

임상아동심리학 -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신경성 폭식증

gomgom-1 2025. 6. 20. 23:30

서구 산업사회에서는 음식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기아나 폭식과 구토의 반복적인 패턴이 10대 소녀들에게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식이장애의 예후는 대체로 좋지 않습니다. 치료 연구는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경우 약 절반은 양호한 결과를 보이고, 4분의 1은 중간, 나머지 4분의 1은 불량한 결과를 보입니다. 20년 후 추적 결과, 사망률은 약 20%에 달합니다. 낮은 체중, 만성적 경과, 폭식 증상, 가족 관계의 문제는 불량한 예후와 관련이 있습니다. 신경성 폭식증의 경우, 4분의 1은 양호한 결과를, 3분의 1은 불량한 결과를 보이며, 나머지는 중간 수준입니다. 

 

 

 

분류

아동과 청소년의 식이 문제는 체중과 체형에 대한 과도한 집착, 부적절하고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으로 나타납니다. DSM-IV와 ICD-10에서는 유사하게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신경성 폭식증을 구분합니다. 전자는 체중 감소가 주 특징이며, 후자는 폭식과 구토의 주기적 반복이 핵심입니다. 미국의 한 그룹은 ICD와 DSM 기준이 청소년과 성인에게는 적절하나, 아동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ICD-10의 BMI 기준인 17.5는 15세 이하 아동에게는 정상 범위이며, DSM-IV의 기준(연령·신장 대비 체중의 85%)은 성장 지연이 있는 아동에게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질환 간 구분은 실무적으로 유용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식이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많은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가 폭식 증상을 보이고, 많은 폭식증 환자들이 결국 식욕부진증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DSM-IV에서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제한형과 폭식·구토형 두 하위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식이 문제로는 감정성 음식 회피 장애, 광범위 거부 증후군, 음식 거부, 편식 등이 있습니다. 감정성 음식 회피 장애는 불안, 우울, 강박적 성향과 함께 음식 회피가 나타나며, 광범위 거부 증후군은 음식뿐 아니라 모든 자기관리 및 사회활동도 거부합니다. 단순한 음식 거부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며 건강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특정 음식에만 반응하는 경우는 ‘편식’으로 간주됩니다.

 

 

역학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신경성 폭식증은 청소년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합니다. 전체 청소년 여성 인구의 약 3–4%가 식이장애를 겪고 있으며, 식욕부진증의 유병률은 약 1%, 폭식증은 1–3%입니다. 청소년기 성비는 9:1, 사춘기 이전은 4:1입니다. 기존의 임상 연구와는 달리, 인구 기반 연구에서는 사회 계층과 식이장애 간의 유의미한 연관성은 없습니다. 1960년 이후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으며, 서구 산업사회에서 더 흔하게 나타납니다. 임상군에서는 식욕부진증과 기분장애, 강박장애의 동반율이 높고, 폭식증은 약물남용과 경계성 인격장애와 동반되기 쉽습니다.

 

 

 

식욕 부진 앓고 있는 아이의 모습
식욕 부진

 

 

치료

입원 치료

대부분 외래 가족 치료로 가능하지만, 심각한 경우 입원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치료 목표는 생명 위기 관리, 체중 회복, 가족 치료 초기 단계 마련입니다. 환자는 목표 체중까지 매주 1–1.5kg씩 증량을 목표로 하며, 회복이 되면 점차 권한이 부여됩니다. 식사 시간은 제한되며, 필요 시 간호사가 옆에서 감시하거나 직접 먹여야 합니다. 간호사는 음식 숨기기, 구토, 과도한 운동 등에 대한 지속적 감시도 해야 하며, 태도는 단호하되 지지적이어야 합니다.

 

 

가족 중심 치료 

1. 참여 단계
첫 상담 전, 심각성을 알리고 부모의 권위를 강조합니다. 첫 회기에서는 부모가 중심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아이의 상태가 치명적임을 전달하며 가족의 결속을 이끌어냅니다. 부모의 죄책감을 줄이고 협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2. 체중 증가 단계
가족은 아이에게 정상적인 식사 문화를 요구해야 하며, 특히 부모는 한 팀이 되어야 합니다. "한입만 더" 원칙은 상징적인 전환점이 됩니다. 부모가 식단과 메뉴를 계획하고, 필요 시 영양사와 협업하며 식사 후 2시간 감시, 주방 잠금 등 전략도 활용합니다.

 

3. 자율성 단계
목표 체중 도달 시 부모의 통제는 종료되고, 아이가 스스로 체중을 관리합니다. 이 시점부터 식사 관련 대화는 중단되며, 자율성과 책임을 협상하며 가족 간 의사소통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4. 종료 단계
회복을 평가하고, 재발 가능성 대비 전략을 세웁니다. 청소년의 진로, 독립, 부모의 삶의 재정립에 대해 논의하며, 가족은 변화된 역할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부모(외래) 또는 간호사(입원)의 권위적인 식이 회복 프로그램 수행

식이장애 치료 초기에는 환자가 정상적인 식습관을 스스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식이 회복 과정은 반드시 부모(외래 치료 시) 또는 간호사(입원 치료 시)의 권위적이고 일관된 개입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단계의 핵심은 ‘협상’이 아닌 ‘결단’입니다. 부모나 간호사는 아이가 거부하더라도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식사를 완수하도록 지도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강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 대응입니다. 식사 시간과 식사량은 사전에 정해지고, 정해진 시간 내에 먹지 않으면 보호자가 개입해 직접 먹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부모가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하며, 갈등을 피하려 회피하거나 아이의 요구에 굴복하는 태도는 치료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간호사의 경우 병동 규칙과 감정적 거리 유지가 중요하며, 식사 감독, 구토 방지, 운동 제한 등 모든 행동을 면밀히 관리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는 “먹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치료의 일부”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체중 회복 후 적절한 가족 내 위계 재구성

식이장애는 종종 가족 내 역할 혼란과 위계 붕괴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체중이 회복된 후에는,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는 권위자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회복하고, 자녀 역시 그에 따른 책임과 규율을 수용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많은 가족이 자녀의 식이 문제에 압도되어 기존의 부모-자녀 관계를 포기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통제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 모두 회복에 장애가 됩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에게 필요한 기준과 규칙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감정적 지지자로서 기능해야 하며, 형제자매들도 가족 내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혼동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동생이 지나치게 환자의 편을 들거나,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분명히 바로잡아야 합니다. 가족 치료에서는 이러한 위계의 회복이 일회성 조치가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작동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피드백을 줍니다.

 

 

자율성 발달 지원

체중이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되고, 부모의 식이 통제 없이도 안정적인 식습관이 유지되기 시작하면, 다음 단계는 청소년의 자율성과 독립성 발달입니다. 이 단계는 단순히 ‘통제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아이에게 이양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입니다. 자율성은 건강한 회복의 핵심이며, 이는 음식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친 자기결정권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용돈 관리, 외출 시간, 학업 계획, 방의 사생활 보호(문 잠그기 등)에 대해 가족과 함께 협의하며, 점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결정에 대해 무조건 개입하거나 간섭하기보다는, 건설적인 피드백을 통해 지원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치료자 역시 부모와 아이 사이의 소통을 돕고, 갈등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나도 나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회복하고,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