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Evolution)
진화 이론에 기초한 아동 발달 이론의 이론적 기반은 당연히 진화 그 자체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진화 이론은 찰스 로버트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이 창안한 형태와 거의 동일합니다. (참고로 다윈은 1809년 2월 12일, 에이브러햄 링컨과 같은 날에 태어나, 1882년 4월 19일에 사망했습니다.)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단위는 유전자(gene)입니다. 유전자는 염색체를 구성하는 기본 유전 물질이며, 넓은 의미로는 눈 색깔, 지능, 유전적 행동 등 유전되는 모든 특성을 지칭할 때도 사용됩니다. 어떤 유전자 집합이 생물체에게 전반적인 이점을 준다면, 그 유전자는 더 많은 자손을 남기게 되고, 결국 유전자 풀(gene pool) 내에서 그 빈도가 증가합니다. 반대로, 불리한 유전자는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 즉, 진화가 진행되면서 유전자 풀에 남아 있는 유전자는 대체로 유리한 유전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진화적 논리는 외형적 특성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물행동학적 접근 (Ethological Approach)
행동의 유전적 기초와 그 적응성(adaptive value), 생존 가치(survival value)를 강조하는 아동 발달의 진화적 이론은 동물행동학적 접근(ethological approaches)이라고 불립니다.
동물행동학의 기원
동물행동학의 뿌리는 다윈에게서 시작되었으며, 현대적 기초는 유럽의 동물학자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 1903–1989)와 니코 틴버겐(Niko Tinbergen, 1907–1988)에 의해 확립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행동 발달의 유전적 분석을 개척했으며, 그 공로로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 많은 종의 어린 개체들이 보이는 특정 행동은 유전적 기원을 가지며, 그 이유는 (1) 생존을 돕고, (2) 인간을 포함한 여러 종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기 때문입니다.
각인(Imprinting)
대표적인 예가 각인(imprinting)입니다.
- 각인은 오리, 거위, 양, 말 등 비교적 성숙하게 태어나는 종의 새끼가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따라가는 행동을 말합니다. 이 행동은 어미와 새끼 사이의 애착 형성으로 이어집니다.
→ 각인은 생존 가치가 높은 적응 행동으로, 새끼와 어미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게 만들며, 어미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따뜻함을 제공하며, 포식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됩니다.
로렌츠의 거위 실험
로렌츠는 부화한 거위 새끼들이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이 자신일 경우, 그 새끼들이 자신에게 각인되어 자신을 따라다니고, 나중에는 짝짓기 대상으로까지 인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동물행동학 이론의 두 가지 시사점
- 외부 자극(대상)의 필요성
- 동물행동학이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행동이라 하더라도 ‘올바른 외부 자극’이 없으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교육·양육 현장에서 부모와 교사가 제공하는 초기 경험의 질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강조합니다. 예컨대, 오리나 거위는 알에서 깨어난 직후 처음 보는 움직이는 존재를 어미로 인식하고 따라가는데, 그 대상이 사람이면 오리가 사람에게 각인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이처럼 생물은 본능적 행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도, 대상을 구별·선택할 데이터가 주어지지 않으면 엉뚱한 대상에 애착을 형성할 위험이 있습니다. 인간 발달에서도 마찬가지로, 영아가 부모의 얼굴·목소리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정서적 안정감과 사회적 미소가 빠르게 자리 잡습니다. 반대로 부적절한 자극(과도한 스크린 노출, 불안정한 양육자 교대 등)은 언어·정서 발달을 왜곡할 여지를 만듭니다. 따라서 조기 교육 정책이나 부모 교육 프로그램은 ‘적절한 자극을 적기에 주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이는 아동의 애착·언어·사회성 향상뿐 아니라 장기적 학업 성취와도 직결됩니다.
- 시간 제한의 존재
- 동물행동학이 제시한 두 번째 통찰은 행동 발달에는 민감기(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 영아는 생후 6~12개월 사이에 말소리 범주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며, 이 시기를 놓치면 모국어 발음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같은 원리가 시각·정서·사회성 발달에도 적용됩니다. 예컨대, 양육자와의 안정적 애착 형성은 생후 2세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며, 이때 반복적 거부·학대가 발생하면 이후 관계 형성에서 회피·불안 패턴이 고착될 수 있습니다. 동물행동학의 ‘결정적 시기’ 개념이 인간 발달 연구로 확장되면서, 최근에는 ‘민감기’라는 완화된 개념이 주로 쓰이나, 시기별 최적 자극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교육·보건 정책 측면에서 이는 유아기 조기 개입 프로그램(언어 노출 강화, 정서 코칭, 놀이 중심 상호작용)이 투자 대비 가장 높은 효과를 낸다는 근거가 됩니다. 또, 입양·위탁 보호아동에게 가능한 한 초기 환경을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윤리적·사회적 책임도 함께 시사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결정적 시기’보다는 **‘민감기(sensitive period)’**라는 개념이 더 많이 사용됩니다.
민감기를 지나서도 행동은 발달할 수 있지만, 더 어렵고, 덜 완전하게 발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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