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심리학 - 문화적 맥락
문화의 형성과 전승
문화란 인간의 모든 행동 양식을 뜻한다. 문화는 단지 특정 민족이나 인종의 전통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화는 인간 사회가 집단적으로 형성한 사고방식, 행동 양식, 가치관의 총체다. 특히 오랜 시간 지속된 사회 집단은 고유의 문화적 체계를 형성하고, 이는 다음 세대로 지속적으로 전수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언어뿐 아니라 사고방식, 감정 표현 방법, 문제 해결 전략을 전수하고, 그 과정에서 집단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한다. 그래서 문화를 배우는 건 매우 중요하며, 문화를 잃는다는 건 집단의 정체성을 잃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에서는 국가 및 민족 간 이동이 활발하여 대부분의 사회가 다문화 사회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만 해도 히잡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길거리에서 외국인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현대 사회는 단일 문화 안에서만 살아가는 경우가 드물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는 서구식 학문적 문화를 익히면서도 동시에 가정에서는 전통적인 민족 문화에 노출된다. 이런 이중 문화적 배경은 때로 학습자의 가치관에 혼란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데 유리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에 노출되면 문화에 대한 수용력이 높아진다. 이는 곧 강점이 된다. 왜냐하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스키마와 스크립트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바탕으로 스키마와 스크립트를 형성한다. 이는 특정 상황에 대한 기대나 전형적인 전개 방식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스키마와 스크립트가 문화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양 학생은 ‘유령 이야기’에서 긴장과 반전을 기대하지만, 비서양권의 학생은 그것을 신성한 전설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수업 내용을 제공하더라도 학생이 이해하는 방식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학생들이 어떤 문화 속에 있는지 미리 파악하는 건 교사로서 필수적이다. 문화적 스키마와 스크립트는 학생들이 사고하는 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키마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있다면 바로 세계관이다. 세계관은 인간 존재, 자연, 사회, 윤리, 진리 등에 대한 포괄적인 믿음 체계다. 어떤 학생은 과학적 사고를 통해 세계를 설명하려 하고, 다른 학생은 신의 섭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이처럼 세계관은 학습의 해석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주며, 때로는 새로운 개념의 수용 자체를 거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세계관을 제대로 형성하는 일은 중요하다. 문화적으로 뿐만 아니라 자기 인식 및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관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문화적 갈등
교실에서 문화적 갈등은 학문적 개념과 학생의 세계관이 충돌할 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진화론을 배운 학생이 종교적 신념과의 갈등을 겪거나, 특정 전쟁의 역사적 설명이 민족적 정체성과 맞지 않아 반발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학문적 해석이 왜 그런 식으로 형성되었는지 설명하고, 학생이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맥락을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같은 수업을 듣고 있다면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을 미리 파악하여 그를 피하거나 긍정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교사도 역시 특정 문화 안에서 성장했고, 그 문화적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따라서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가치를 '보편적 진리'로 여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객관적 과학 지식을 절대적이라 판단하거나, 특정한 시간 엄수나 발표 방식이 더 나은 것이라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문화권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장벽이 될 수 있다. 문화적 자기성찰은 교육의 공정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진정한 학습은 교사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니라, 학생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문화와 실천
문화는 단지 사고방식뿐 아니라, 특정한 ‘행위 방식’을 전수한다. 이때 공동체 실천은 학습자가 실제 문화 속에 참여하면서 배우게 되는 중요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요리사는 단순히 조리법을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주방에서 실제 조리 과정을 보고, 도와주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실천의 문화’를 내면화한다. 이러한 학습 방식은 직업 교육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문화 기반 교수 전략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 첫째, 학습자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수업 자료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다문화 수업에서는 각자의 전통 의식이나 가치관을 발표 주제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세계관을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신념을 재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실천 공동체와 연결된 과제를 설계해 학습자가 실제 사회 속에서 배운 내용을 응용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지역 NGO나 기업과의 협업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