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개념
학교나 학원, 가정 등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의 오개념은 가장 흔하면서도 복잡한 장애물 중 하나이다. 학생은 주어진 정보를 단순히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기존 지식에 근거해 나름의 해석을 통해 의미를 구성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실과 어긋난 비과학적이거나 부정확한 개념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오개념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며, 잘못된 신념을 반복적으로 강화해 학습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교사는 오개념을 식별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전략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오개념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과학에서는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거나 "식물은 뿌리로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이 있다. 물리학에서는 “던진 공은 손을 떠난 후에도 위로 밀어주는 힘이 작용한다”라고 믿는 학생도 있으며, 천문학에서는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믿음이 여전히 존재한다. 수학에서도 "곱셈은 항상 숫자를 크게 만든다", "직사각형은 모두 긴 변과 짧은 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처럼 오개념이 흔하다. 이런 신념은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일상에서 얻은 경험과 언어적 표현, 미디어 등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아 형성된 결과다.
오개념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
오개념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인간은 새로운 정보를 기존 지식과 연관 지어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정보가 기존 오개념과 충돌하여 불일치가 발생한 경우, 새로운 정보를 왜곡하거나 무시하기 쉽다. 둘째, 확인 편향이라는 심리적 경향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내용을 지지하는 정보에 더 집중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다. 셋째, 오개념은 단일 개념이 아니라 상호 연결된 지식망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생각은 지구 중심적 우주관이라는 더 큰 세계관의 일부일 수 있다. 넷째, 오개념이 무의식적 지식으로 자리 잡아, 학생 본인이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으로, 특정 오개념은 개인의 정체성, 문화, 신념과 밀접하게 얽혀 있어 정서적 저항을 유발한다.
오개념 수정 방법
이러한 오개념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습자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을 파악해야 한다. 단순한 정답 확인보다는 학생의 설명을 유도하여, 어떤 사고 과정을 통해 그 오개념이 형성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비는 구름이 증발하면서 떨어지는 물이다"라고 설명한다면, 이는 비록 정확하지는 않지만 증발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오개념을 해결하는 첫 번째 단추로 활용할 수 있다. 오개념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오개념에 포함된 '부분적 진실'을 활용해 설명을 확장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위 예시의 경우, 증발은 물의 순환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이므로, 이를 기반으로 응결과 강수에 대한 개념을 연결해 설명하면 학생은 새로운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학생이 기존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연결하여 '의미 있는 학습'을 하도록 돕는 핵심 전략이다.
또한 교사는 학생에게 기존 오개념이 왜 틀렸는지를 경험적으로 알게 해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실험, 사례 비교,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학습자 스스로 기존 개념의 한계를 인식하게 만들면, 피아제가 말한 '인지적 불균형'을 유도하여 개념 변화를 자극할 수 있다. 예컨대,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는 믿음을 깨기 위해, 실제 실험을 통해 낙하 시간을 측정해 보는 활동은 매우 효과적이다.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설명이나 정보가 담긴 문서를 비교해 분석하는 활동도 유익하다. 예를 들어, 같은 주제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담은 기사 두 개를 읽고 각각의 논리와 근거를 비교하는 과제는, 비판적 사고력과 정보 분석 능력을 길러주며 오개념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학생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안정된 학습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지적당할 때, 조롱이나 무시가 아닌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개념 변화가 일어난다. 또한 교사는 학생에게 이 수업의 목표가 단순히 시험 점수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임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교사가 해야 할 일
교사는 수업 중에 학생의 언어나 행동에서 오개념의 단서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예컨대, 시각에 관한 수업에서 "사람은 눈에서 나가는 빛으로 사물을 본다"고 설명하는 학생이 있다면, "빛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가는 걸까?"와 같은 추가 질문을 통해 오개념을 확인하고 교정할 수 있다. 수업 이후에도 개념 적용 과제를 통해 학생의 이해 수준을 점검하고, 잘못된 개념이 반복되지 않도록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개념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개념은 학습자의 삶과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신념 체계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반복적이고 점진적인 지식 재구성이 필요하다. 교사는 이 점을 이해하고, 수업에서 개념 중심의 사고와 토론, 피드백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학생의 오개념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그들만의 경험과 세계관이 담긴 ‘미완의 이해’다. 이를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디딤돌로 삼아 새로운 이해를 확장시키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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